Driving Ms. Grandma (요한 17:20-26) 11/4/2017

미사 안에 늘 계시는 주님을 만나는 벅찬 마음을 나누는 장입니다.
markclc_admin
Site Admin
Posts: 154
Joined: Wed Feb 24, 2016 10:49 pm

Driving Ms. Grandma (요한 17:20-26) 11/4/2017

Postby markclc_admin » Mon Dec 04, 2017 8:44 pm

요한 17:20-26: 신학원

약 10년 전에 예수회 후원회 소식지에 장영희 교수의 글.

“유학 중 내가 살던 기숙사의 경비 아저씨 토니는 나이가 한 예순쯤 되었는데 전직이 콜택시 기사였다. 루치아노 파바로티와 동향 출신이라는 그는 낙천적인 성격으로 파바로티처럼 노래 부르기를 좋아해서 아침이면 우리 기숙사 식구들은 그가 밖에서 일하며 부르는 ‘오 솔레미오’ 소리에 잠을 깨곤했다. 그는 가끔 우리 방에 들러 함께 차를 마시곤 했는데, 언젠가 우리들에게 자신이 택시 기사 시절 크리스마스 새벽에 겪은 일을 얘기해주었다.

그날 밤 당번이었는데 그는 시내 어떤 주소로 가라는 연락을 받았다. 아마도 늦게까지 파티를 한 사람이 집에 가기 위해 부르는 것일 거라고 생각했다. 가서 한참을 기다렸으나 아무도 나오지 않았다. 보통 때 같으면 경적을 한두 번 누르고 가버려겠지만 그날 밤 그는 일부러 차에서 내려 벨을 눌렀다. “잠깐만요.” 아주 작고 힘없는 목소리가 들렸다. 그리고는 무엇인가 마룻바닥에 질질 끌리는 소리가 들렸다. 한참 있다가 문이 열렸다. 거기에는 마치 1940년대 영화에서 막 걸어나온 듯한 복장에 모자까지 단정히 쓴 아주 나이 든 할머니가 서 있었다. 그 뒤로 보이는 방은 가구가 다 흰색 천으로 덮여 있었다. “이 가방 좀 들어 주겠수?” 할머니는 아주 미안한 표정으로 말했다. 방을 나오면서 할머니는 문간에 놓이 사진틀과 앨범이 가득 담겨 있는 상자 앞에서 잠깐 망설였다. “할머니. 그것도 가져가실 거예요?” 할머니는 잠깐 생각하더니 고개를 흔들었다. “아니. 그냥 두고 갈 테야.” 차에 타자 할머니는 주소를 주면서 시내를 가로질러 가달라고 부탁했다. “그러면 돌아서 가는 건데요, 할머니.” “괜찮아요. 나는 시간이 아주 많아. 지금 호스피스 병원으로 가고 있는 중이거든.”

순간 토니는 뒷좌석의 할머니를 쳐다보았다. 어둠 속에서 할머니 눈에 이슬이 반짝였다. “식구가 하나도 없어서. 의사 선생님이 인제 갈 때가 얼마 안 남았다고 하우.” 토니는 요금 미터기를 껐다. “어떤 길로 갈까요, 할머니?”

그로부터 두 시간동안 토니와 할머니는 함께 조용한 크리스마스 새벽 거리를 드라이브했다. 그녀가 젋은 시절 엘리베이터 걸로 일하던 빌딩, 지금은 가구공장이 되었지만 처음으로 댄스파티에 갔던 무도회장, 신혼 때 살던 동네 등을 천천히 지났다. 때로는 어떤 건물 앞에 차를 세우고 그냥 오랫동안 어둠 속을 쳐다보기도 했다.

어슴푸레 날이 밝아오자 할머니는 “이제 피곤해. 그만 갑시다”라고 말했다. 침묵 속에서 토니는 할머니가 준 주소로 차를 몰았다. 간호사들이 할머니를 맞아 휠체어에 앉혔고, 토니는 자기도 모르게 할머니를 안아 작별인사를 했다. “자네는 늙은이에게 마지막 행복을 줬어. 아주 행복했다우.” 할머니가 말했다. 할머니를 두고 토니는 건물을 나왔고, 뒤로 문이 ‘찰칵’하고 닫혔다.

“그런 마치 삶과 죽음 사이의 문이 닫히는 것 같았어.” 토니는 말했다. “나는 그때 집으로 가지 않고 한참 동안을 할머니를 생각하며 돌아다녔지. 그때 내가 그냥 경적만 몇 번 울리고 떠났다면? 그래서 크리스마스 날 당번이 걸려 심술난 다른 기사가 가서 할머니에게 불친절하게 대했더라면 …. 난 내 일생에 그렇게 위대한 일을 해본 적이 없어. 내가 대통령이었다해도 아마 그렇게 중요한 일은 하지 못했을거야.”

요한복음 17장은 잡히시기 전날밤에 자신과 함께 했던 제자들과 신앙공동체를 위해서 하느님께 드리는 기도를 담고 있습니다. 그 기도의 마지막 부분인 오늘 복음은 예수님이 어떻게 사랑했던 사람들과 작별인사를 나누시는가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 때가 되신 것을 아신 예수님은 그 때가 그냥 흘러가도록 혹은 외면하지 않습니다. 그 작별의 때에 자신이 중심에 있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 제자들, 그리고 신앙공동체의 사람들이 자신의 기도의 중심에 있습니다. 예수님이 떠나셔도 남은 것은 사랑이고 사람들 마음안에 새겨진 하느님의 말씀입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쩌면 스쳐 지나갈 일에도 마음을 있는가요? 하느님이 그 가운데 있는가? 작은 것에도 하고 싶지 않아도 하찮게 여기는 그 순간에도 언제나 그분은 중심이어야 한다. 그 마음은 지금 이순간에 깨어있는 마음의 결심을 의미합니다. 그것은 사랑이 어떤 일을 하던 어느 순간에도 삶안에 녹아있어야한다는 예수님의 초대에 대한 응답입니다. <潛伸>

Return to “말씀의 창”

Who is online

Users browsing this forum: No registered users and 2 guests